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배포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유대인 중심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에게 행하는 무분별한 폭력과 범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유대인 학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반면에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위와 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나치 추종자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라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전쟁세대를 대표하는 여인과, 그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소년의 사랑이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36세의 여인과 15세 소년의 섹스, 그리고 전범자의 전범 시기 속에서의 사랑을 미화하고 있는 것이 다소 자극적이고 문제적으로 느껴졌다.

작품 속 36세의 여인 한나는 무지한 인물이다. 한나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자, 전쟁에 세뇌당하여 사리 분별을 할 줄 모르는 까막눈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치주의자들은 한나 같은 평범한 국민을 상대로 선동정치를 계획적으로 조장하였고, 나치의 실력자였던 괴벨스는 정치에서 선동의 역할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하고, 선동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나치의 선동은 공보부가 모든 미디어를 통해 주도하였다고 한다.

한나는 이와 같은 선동의 영향을 받아 살인을 방조하는 중죄를 지었지만, 영화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한나를 단순한 죄인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시대의 부조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보는 관점이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나를 비롯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분명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이며, 독일인을 넘어 인류 모두가 계속 상기해야 할 두려운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치 중에는 한나처럼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행동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이유로 모든 나치의 하급 관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비원을 포함한 나치에 복무했던 하급관리 거의 모두가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숨기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율과 규칙을 목숨처럼 여기는 한나는 이와 달리 당당하게 행동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으면 보통 사람은 부끄러워하지만, 한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위에서 시켰다는 분명하고 고지식한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던 그녀는,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한 죄를 하나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의 상황에만 지나치게 몰입해 한나의 죄를 생각하는 것은, 그녀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상대적인 반감이 내 마음속에 동시에 들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는, 유대인학살은 단순히 무지한 결과이므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통렬히 반성하며, 가해자들에게 적당한 벌을 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한편, 한나가 나치전범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은 혼란에 빠진다. 마이클은 한나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한나의 죄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나는 과거의 잘못된 이념 속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마이클의 현재의 달라진 사회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이클이 미래를 상징하는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사회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최근 독일은 우리의 일베처럼 네오나치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 네오나치즘은 나치즘의 현대판으로서 나치 독일과 나치즘의 부활을 추구하며 극우, 민족주의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네오나치즘은 외국인노동자 등 타 인종에 대해 증오와 분노로 대할 것을 요구한다. 달라진 시대 속에서, 마이클의 딸은 한나처럼 어리석게 행동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이탁연
,

1999년 갑작스럽게 요르단의 왕위에 오른 압둘라 국왕은 부친의 정치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나 차이는 경제적인 영역에 더욱더 치중하고 있고 그 한 방편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초기에 민주화 의지를 보였으나 이후 그 속도가 늦춰졌다. 이러한 상황은 요르단이 처한 급변하는 중동 정세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압둘라 국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그의 취임 원년에만 225백만 달러를 요르단에 지원했다.

본 글에서는 압둘라 국왕 즉위 이후 변화한 요르단의 상황을, 미국·이스라엘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요르단의 중동에서의 영향력과 그 중요성을 감안해 미국·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속에서 그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재정의 해보려고 한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와 미국과의 관계를 나눠서 살펴보고자 한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외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살펴보고, 그와 더불어 홍해해양평화공원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미국과의 외교는 경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특히 그 중심에 있는 미국-요르단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마지막으로 최근 양국 간 외교 동향을 알아보며 본론은 갈무리하겠다.

 

1)팔레스타인 문제

요르단은 아랍 및 범 이슬람권과의 기존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슬람 서방 간 대립 해소를 위한 온건 이슬람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압둘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해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압둘라는 예루살렘이 유대인의 수도인 동시에 장래 팔레스타인 정부의 수도인 '개방도시'로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그가 집권한 해에 팔라스타인 과격단체인 하마스의 요르단 사무소를 폐쇄한 것은 국내에서 과격단체들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20009월 팔레스타인에서 제2차 민중봉기가 일어나자 압둘라는 이스라엘-요르단 관계의 악화뿐만이 아니라 왕정 자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자연히 소원해지고 200011월에 임기가 끝나는 주 이스라엘 대사의 후임자를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긴장고조에도 불구하고 2002년 전반기에 양국의 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2)요르단-이스라엘의 홍해해양평화공원

홍해해양평화공원의 운영조직은 압둘라 등장 이후 설립되었다. 이 조직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정기적으로 교류를 통해 홍해해양평화공원에 대한 특별 관리 사항과 정보 교육 프로그램의 쟁점 사항 등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양국이 체계적으로 협력 할 수 있는 조직이 구성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현재 홍해해양평화공원에는 환경보호, 지역경제발전, 양국 간 갈등해소 등 다양한 순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분쟁지역에 해양평화공원을 지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양국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볼 수 있다.

 

3)경제

요르단은 199912월에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200010월에는 미국과 세계에서 14번째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한층 접근하게 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특별경제구역을 설정하기도 했고, 2001년 가을에는 630개의 기업체들이 여기에 등록하였다. 특히 대미수출관세면제특구를 확대하여, 현재는 11개 지역이 면제 특구로 지정 돼 있다.

더불어 장기간에 걸쳐 국가재정에 짐이 되어온 공기업의 민영화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 요르단 시멘트 공사의 정부 지분 33%를 프랑스회사에 매각하였으며 요르단의 공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 중 하나인 요르단 인산광산공사도 민영화했다.

지금껏 요르단의 전통적인 수출 상대국은 이라크,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로 이 세 나라가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했다. 하지만, 압둘라 등장 이후 대미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00년에는 대미수출액이 약 4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불과 3년 사이에 대미 수출액이 30배가량 증가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4)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20006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한지 단 4개월 만에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그해, 12월부터 공식적으로 발효가 됐다. 요르단은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가 됐다. 미국이 요르단과 협정을 체결한 것은 그것의 경제적 의미보다도 정치적 의미를 훨씬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스라엘과 아랍국가간의 분쟁이 반세기 이상 계속 되고 있는 중동 지역에 분쟁을 종식시키고 이 지역 아랍국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짙게 베여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약소국이면서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요르단의 입장에서 보면 협정의 체결은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가 훨씬 자유로워져 수출의 증가는 물론이고 대미수출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리려는 외국기업의 요르단 진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르단 역시 협정 체결에 매우 적극적이었는데 이러한 양국의 태도가 협상의 신속한 마무리를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되었다.

협정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다른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무역과 환경, 노동, 전자상거래 등에 관한 별도의 조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과 관련해서 양국은 자유무역과 노동자의 권리가 양립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무역의 촉진을 위해 노동기준을 악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동기준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해서도 무역의 촉진을 위해 환경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피하기로 하고, 엄격한 환경보호, 환경법의 개선, 기존 환경법의 엄격한 준수 등의 합의 했다. 노동법과 환경법 준수 여부에 대한 양국 간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5)최근 관계 동향

평화 외교, 경제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과 요르단의 군사적 동맹까지 강화되고 있다. 두 국가는 다음 달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양국 합참의장이 22일 밝혔다. 이번 군사훈련은 양국 군 협력 강화와 테러 및 위기 대처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아랍의 헤게모니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의 강화로 보인다. 이번 군사훈련은 요르단 군사훈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며 5개 대륙에서 8000명이 참가한다.

 

우리는 지금껏 요르단이, 압둘라 국왕 즉위 이후 온건아랍세력의 대변자로 친 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대표적인 아랍 국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주변아랍국가와의 관계도 중시하는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것도 파악했다. 하지만 지나친 친미노선으로 인해 이스라엘을 제외한 주변국들과의 관계 악화, 팔레스타인 출신이 대부분인 국민들의 압둘라 국왕에 대한 반감과 투쟁 등은 요르단이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그들의 외교 활동의 목표는 미국 및 유럽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동평화협상의 핵심 중재자로서의 지속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다. 요르단이 진정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바탕으로 한 아랍의 대표적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군과 네타냐후의 마음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는 요르단 국민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참고문헌

1.-요르단 자유무역협정이 요르단 경제에 미친 영향(세계지역연구센터 아시아 팀, 2003)

2.분쟁수역 평화적 이용 사례(통일한국, 이동훈, 2008)

3.중동평화와 외교의 중심(명지대학교, 장세원, 2005)

4.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글 논 그림 밭, 정수란 역, 2012)

5.전쟁국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중동정책(문화과학사, 홍성태, 2007)

Posted by 이탁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