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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6 영화 바람을 보고
  2. 2020.10.26 영화 무산일기

학창시절, 그 때 생각했던 멋은 철없이 거들먹거리고 우쭐거리는 게 아니었을까? 바지통을 줄인 짱구를 보며 나도 오래 전 내 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바람은 새롭게 고등학교로 입학하면서 각 중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한 고등학교로 모이며 시작된다. 한반에 뒤섞이면서 치열한 각축전속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열이 매겨진다. 미묘한 알력이 펼쳐지는 영화 바람의 구조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지나치게 정치적이지도,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우울하지 않고 그저 유쾌하고 흥미롭게만 그려졌다. 기억이 달콤한 추억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의 힘일까? 1인칭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짱구가 그 각축장속에서의 승자이기 때문일까?

나쁜 친구들로 오인 받으며 껌이나 쩍쩍 씹고 다니는 그 친구들에게 폼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폼에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마치 짱구라는 이름처럼. 극 중 인물의 이름 하나가 얼마나 많은 극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도 작품을 보는 소소한 재미중의 하나였다. 엉뚱하고 고집스럽지만 순수한 주인공의 이름 못지않게 영화 작명도 기막히다. 영화의 제목 바람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짱구가 원하는 것, 둘은 짱구가 느끼는 것. 짱구의 고등학교 3년은 바람처럼 흘러갔고, 짱구는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짱구와 그 패거리의 캐릭터 면에서의 매력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몇몇 전문가들이 학원 액션물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 ‘싸움의 기술등을 철학이 없는 폭력 미화 작품으로 비판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그 후 나온 이 영화가 얼마만큼 충무로 액션 영화에 발전을 가져 왔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학원 액션물뿐만이 아니라 복합장르 영화로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얼마 전에 한국형 하이틴 영화 써니가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의 주 향유 층이 고학력 여성이었던 시대에서 전 국민으로 바뀐 오늘날, 우리 영화계에 하이틴 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바람은 남자들의 하이틴 영화, 더 나아가 교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다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하이틴 영화다. 그때를 그리워하며 오늘날 한반도를 밝히고 있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여, 파이팅!

바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그래서 성장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글러브’, ‘여행자등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과 다르게 메시지 전달보다는 작품 내적 재미를 추구하는 바람은 그래서 상영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바람 한 줄기 휙 지나간 것처럼.

바람처럼 흘러간 짱구를 연기한 정우의 놀라운 흡입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실화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그저 그런 저예산 독립영화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던 이 작품을 관객평점 9점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충무로의 미래를 밝혔다. ‘워낭소리’,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불청객들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작품이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없다.

정우, 이성한의 한국형 액션 라인은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액션 라인에 필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호평 전에 이성한 감독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관객들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감독인 류승완, 양익준이 보여주는 삶의 애환과 서민에 대한 애정, 사회 참여적 성향 등의 철학적 깊이를 이성한도 그만의 스타일로 갖게 되길 희망한다.

올해 가을 개봉 예정인 그의 차기작 히트에서 그는 정우와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된다. 왜냐고? 나는 개인적으로 사색의 숲에 부는 가을바람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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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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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산일기

영화 비평 2020. 10. 26. 16:22

무산일기(박정범, 2011)는 북한이탈주민 전승철씨가 모델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무산일기의 주인공 전승철(박정범 분)은 북한이탈주민이며 남한사회의 최하층으로 살고 있다. 그는 취업하기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설혹 취업을 해서 열심히 일하더라도 그를 고용한 사람들은 그가 남한사회가 요구하는 부지런함이라는 덕목이 갖춰지지 않은 게으른 탈북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함께 사는 동거인 친구를 포함해 남한사회에 적응하려는 다른 영악한 북한이탈주민들과도 그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전승철이 친구로 원하는 인물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닌,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숙영(강은진 분)이다. 하지만 전승철은 숙영을 근처에서 관찰만 할뿐 매번 말도 붙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가 그녀가 그녀 아버지의 노래방에서 도우미 아가씨로 일 하는 것을 알게 된 승철은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하지만 숙영은 그를 불편이 여기고 해고한다. 전단지 붙이기 등 모든 일에서 해고당한 승철은 변모하기 시작하여 전단지를 모두 떼어버리고, 자신을 때리던 다른 업소 사람들과 맞서 싸운다. 또한 친구의 돈을 자신을 꾸미는 데에 쓰고,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숙영을 만나러 다시 노래방으로 간다.

이 영화는 제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11)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주요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으며, 국경의 남쪽같은 사회적 통찰이 없는 신파나 로맨스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 주인공 전승철에게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전승철=북한이탈주민=못사는 나라=순수하고 착한사람, 한국인=자본주의=잘사는 나라=영악하고 나쁜 사람으로의 도식은 영화 후반부의 전승철의 변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중구조의 틀을 깨부수지는 못한다.(전승철은 착한사람에서 영악하고 나쁜 사람이 됐을 뿐이다.)

더불어 나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은 한국인이 아닌, 북한이탈주민인 전승철의 친구 경철(진용욱 분)’이다. 경철은 극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사기를 치고, 때때로 순수한 전승철을 무시하거나, 전승철이 키우던 강아지를 내다버리는 등의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순수하거나, 악인이거나의 이중적 구조로 북한이탈주민(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디아스포라 전체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을 바라보는 우리 안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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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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