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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6 영화 무산일기
  2. 2020.10.26 영화 국경의 남쪽

영화 무산일기

영화 비평 2020. 10. 26. 16:22

무산일기(박정범, 2011)는 북한이탈주민 전승철씨가 모델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무산일기의 주인공 전승철(박정범 분)은 북한이탈주민이며 남한사회의 최하층으로 살고 있다. 그는 취업하기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설혹 취업을 해서 열심히 일하더라도 그를 고용한 사람들은 그가 남한사회가 요구하는 부지런함이라는 덕목이 갖춰지지 않은 게으른 탈북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함께 사는 동거인 친구를 포함해 남한사회에 적응하려는 다른 영악한 북한이탈주민들과도 그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전승철이 친구로 원하는 인물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닌,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숙영(강은진 분)이다. 하지만 전승철은 숙영을 근처에서 관찰만 할뿐 매번 말도 붙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가 그녀가 그녀 아버지의 노래방에서 도우미 아가씨로 일 하는 것을 알게 된 승철은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하지만 숙영은 그를 불편이 여기고 해고한다. 전단지 붙이기 등 모든 일에서 해고당한 승철은 변모하기 시작하여 전단지를 모두 떼어버리고, 자신을 때리던 다른 업소 사람들과 맞서 싸운다. 또한 친구의 돈을 자신을 꾸미는 데에 쓰고,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숙영을 만나러 다시 노래방으로 간다.

이 영화는 제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11)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주요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으며, 국경의 남쪽같은 사회적 통찰이 없는 신파나 로맨스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 주인공 전승철에게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전승철=북한이탈주민=못사는 나라=순수하고 착한사람, 한국인=자본주의=잘사는 나라=영악하고 나쁜 사람으로의 도식은 영화 후반부의 전승철의 변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중구조의 틀을 깨부수지는 못한다.(전승철은 착한사람에서 영악하고 나쁜 사람이 됐을 뿐이다.)

더불어 나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은 한국인이 아닌, 북한이탈주민인 전승철의 친구 경철(진용욱 분)’이다. 경철은 극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사기를 치고, 때때로 순수한 전승철을 무시하거나, 전승철이 키우던 강아지를 내다버리는 등의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순수하거나, 악인이거나의 이중적 구조로 북한이탈주민(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디아스포라 전체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을 바라보는 우리 안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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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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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안판석, 2006)은 총제작비 70억 원으로 당시의 한국영화규모를 놓고 봤을 때는 거액이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전국관객 30만 명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은 국경의 남쪽의 탈북자라는 소재의 이미지가 아직은 대중성이 없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국경의 남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선호(차승원 분)는 평양의 평범한 중산층으로, 전쟁기념관 안내원인 연화(조이진 분)와 연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에 살아있는 할아버지와 김선호의 가족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적발되어 그의 가족은 신분의 위협을 느끼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한다. 남한에서 김선호는 북에 있는 연화와 접촉을 시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남한에서 만난 경주(심혜진 분)와 결혼하게 된다. 한편, 연화는 김선호와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하지만, 김선호의 상황을 알게 되고, 다른 남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국경의 남쪽은 인민들이 탈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드라마도,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신파적 소재의 멜로드라마일 뿐이다. 이러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의 현실을 너무 낭만적으로 미화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한다는 내용의 판타지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생사의 갈림길과도 같을 탈북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 아쉬운 것은 극에서 드러나는 연화, 경주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다. 특히, 연화의 경우를 살펴보자. 연화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선호의 말만 믿고, ‘탈북에 성공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던선호를 만나기 위해 가족들을 두고 혼자서 탈북을 감행한다. 남한에 정착하고 선호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고, 그와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지고지순한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관념 속에서 북한 등 아시아의 저개발국가 여성이 순수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을 상기한다면, 결과적으로 국경의 남쪽이 이와 같은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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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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