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10.27 인류의 진정한 독립기념일은 언제일까? - 영화 7월 4일생
  2. 2020.10.26 영화 국경의 남쪽
  3. 2020.10.26 목소리의 형태

영화 [74일생]론 코빅이라는 실제 베트남 참전군인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화는 론을 통해 미국의 야만적인 역사와 함께 베트남 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태어난 론은 애국심과 영웅심에 도취되어 베트남전에 해병대로 지원한다. 그는 베트남으로 파병되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자신의 부하를 실수로 죽인다. 그 역시 총상으로 인해 생사의 고통을 넘나들다가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만다.

전쟁에서 돌아온 그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보며 당황한다. 그가 사랑하던 도나도 자신의 신념과는 달리 시위에 참여하자, 그는 절망한다. 상실의 늪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자신이 죽인 부하 윌리엄에 대한 그의 사죄였다. 베트남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불면에 시달리던 론은 사죄를 통해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죄의식에서 벗어나자, 또다시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고자 반전운동에 참여한다.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정치적 방향성도 없던 보통 사람이 어떻게 정치적 투사로 거듭나게 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었다. 반전운동 속에서 론이 가졌던 기존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데모 학생들에 대해 발포명령 내리기를 서슴지 않는 위정자들의 도덕성에 회의를 느끼면서 그는 세상의 위선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불쌍한 것은 힘없는 국민일 것이다. 헛된 명목으로 목숨을 걸고 참전해야 하고, 전후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도 어렵다. 베트남전과 마찬가지로 위의 영화 [더 리더]의 배경이 된 제2차 세계대전을 함께 생각해보자. 그 전쟁에서도 가장 많이 죽은 국민은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국민들이라고 한다.

제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의 집중과 군부의 대두를 수반한다. 베트남전에서의 교훈은 망각한 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국제관계는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군국주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군사비는 전 세계 군사비의 약 40%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세계 38개국에서 725개의 군사기지를 보유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은 탐욕적인 제국이 아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정 민주주의의 수호 국가일까? 이러한 질문 자체가 독립국가 베트남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을 영화는 증명하고 있다.

가스통 든 할아버지들, 당장 객석에 앉아 당신들이 사랑하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두 눈 부릅뜨고 확인하세요!

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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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안판석, 2006)은 총제작비 70억 원으로 당시의 한국영화규모를 놓고 봤을 때는 거액이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전국관객 30만 명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은 국경의 남쪽의 탈북자라는 소재의 이미지가 아직은 대중성이 없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국경의 남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선호(차승원 분)는 평양의 평범한 중산층으로, 전쟁기념관 안내원인 연화(조이진 분)와 연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에 살아있는 할아버지와 김선호의 가족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적발되어 그의 가족은 신분의 위협을 느끼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한다. 남한에서 김선호는 북에 있는 연화와 접촉을 시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남한에서 만난 경주(심혜진 분)와 결혼하게 된다. 한편, 연화는 김선호와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하지만, 김선호의 상황을 알게 되고, 다른 남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국경의 남쪽은 인민들이 탈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드라마도,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신파적 소재의 멜로드라마일 뿐이다. 이러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의 현실을 너무 낭만적으로 미화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한다는 내용의 판타지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생사의 갈림길과도 같을 탈북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 아쉬운 것은 극에서 드러나는 연화, 경주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다. 특히, 연화의 경우를 살펴보자. 연화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선호의 말만 믿고, ‘탈북에 성공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던선호를 만나기 위해 가족들을 두고 혼자서 탈북을 감행한다. 남한에 정착하고 선호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고, 그와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지고지순한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관념 속에서 북한 등 아시아의 저개발국가 여성이 순수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을 상기한다면, 결과적으로 국경의 남쪽이 이와 같은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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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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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영화 비평 2020. 10. 26. 15:52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작품으로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 잘못을 회복하는 이야기이다. 소년 이시다 쇼야는 청각장애 소녀 니시미야 쇼코가 전학을 오자 호기심을 보이지만, 관심을 표현하는 데 서툴어 쇼코의 장애를 놀리기 시작한다. 결국 쇼코는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채 전학을 가고, 쇼야는 집단 괴롭힘 가해자로 낙인찍혀 역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그 후 5년이 지나 여전히 외톨이인 고3의 쇼야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결심한 후 마지막으로 쇼코를 찾아가 사과한다.

우리는 모두 불안정한 인간이다. 장애인 쇼코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쇼야도 마찬가지다. 쇼코가 최종적 피해자가 아니듯, 쇼야도 최종적 가해자는 아니다. 등장인물 모두 가해와 피해 사이 어디쯤에 있고, 그것은 관객인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이 방관자나 전지적 관찰자의 시선보다 공평하며 참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약하며 때로 비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관계를 절연하는 것보다는 그 연약함과 비겁함을 껴안으며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품 속 목소리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흔들리는 열차에 쏟아지는 석양의 잔해,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흩날리는 벚꽃, 곡식이 무르익는 소담한 시골길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목소리였다. 목소리 깊은 곳 마음의 진정성은 어떤 울림을 통해 쇼야아게, 쇼코에게, 우리에게 전달됐고, ‘두려움을 넘어선 소통<목소리의 형태>가 관객에게 마지막까지 전한 굳센 메시지일 것이다. 아이들은 관용과 사랑을 배우면서 그렇게 어른이 됐다. 그 시절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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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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