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안판석, 2006)은 총제작비 70억 원으로 당시의 한국영화규모를 놓고 봤을 때는 거액이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전국관객 30만 명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은 국경의 남쪽의 탈북자라는 소재의 이미지가 아직은 대중성이 없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국경의 남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선호(차승원 분)는 평양의 평범한 중산층으로, 전쟁기념관 안내원인 연화(조이진 분)와 연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에 살아있는 할아버지와 김선호의 가족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적발되어 그의 가족은 신분의 위협을 느끼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한다. 남한에서 김선호는 북에 있는 연화와 접촉을 시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남한에서 만난 경주(심혜진 분)와 결혼하게 된다. 한편, 연화는 김선호와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하지만, 김선호의 상황을 알게 되고, 다른 남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국경의 남쪽은 인민들이 탈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드라마도,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신파적 소재의 멜로드라마일 뿐이다. 이러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의 현실을 너무 낭만적으로 미화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한다는 내용의 판타지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생사의 갈림길과도 같을 탈북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 아쉬운 것은 극에서 드러나는 연화, 경주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다. 특히, 연화의 경우를 살펴보자. 연화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선호의 말만 믿고, ‘탈북에 성공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던선호를 만나기 위해 가족들을 두고 혼자서 탈북을 감행한다. 남한에 정착하고 선호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고, 그와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지고지순한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관념 속에서 북한 등 아시아의 저개발국가 여성이 순수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을 상기한다면, 결과적으로 국경의 남쪽이 이와 같은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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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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