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 시기심

도서 비평 2020. 10. 26. 14:21

시기심에 관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약3페이지에 달하는 글이었다. 특히, 내가 주목한 부분은 공적인 시기심에 관한 부분이었다. 베이컨은 사적인 이기심과 달리, 공적인 이기심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공적인 시기심은 강대한 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심리적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악의에서 불만으로, 불만에서 반란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공적인 시기심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심은, 공화국이나 제국 자체보다는, 주로 지위가 높은 관리나 대신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베이컨의 주장에 나는 상당부분 동의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시기심으로 환원해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예를 들어, 부패한 관리를 비판할 때, 우리는 그 비판하는 감정을 시기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 관리의 위치와, 부귀영화가 부러워서 그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시기심이라고 부를 경우, 그것이 그러한 감정을 갖는 개인의 질투와 표출되지 못한 욕망으로 치환돼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시기심이 강대한 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심리적 배경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어찌 되었든 시민 대다수가,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강한 견제를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은 명백하다. 선거기간동안 국내의 입후보자들은, 자신의 간도 쓸개도 빼줄 것처럼 유권자들을 현혹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고나면 그러한 유권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감정이 명명백백히 다른 것이다. 그러한 권력을 언제든지 견제할 수 있는 시선을 간직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감정이 발달해 국민소환제도 같은 견제장치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적인 시기심이 공화국이나 제국 자체보다는, 주로 인물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만을 봐도 그렇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이데올로기적, 사회구조적인 여러 문제들은 주로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다. 경제가 어려우면 노무현 탓이다, 이명박 탓이다라며 대통령 한 사람을 비판하는데서 논의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공적인 시기심을 본질적인 측면에서 우리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의 논의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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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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