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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22 평화체제 관련 선행 이론

평화의 개념

평화는 현존하는 어떤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래지향적 목표로서 끊임없이 추구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구체성을 갖기 힘들며, 그 결과 평화에 대한 인식 및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바라보는 이의 가치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남

- 예컨대 현실주의자는 갈퉁이 말하는 소극적 평화에 대체로 만족하며, 자유주의자는 적극적 평화를 향한 인류 정신의 발전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함

평화 개념은 국제정치적 현실에 따라 변화해옴. 2차세계대전 이후 미소 대립이 첨예화되고 핵무기로 인해 인류절멸의 가능성이 대두되었던 시기에는 이론적 관심이 소극적 평화의 달성에 급급했으나, 1970년대 긴장완화를 거쳐 탈냉전시대에 이르면서 적극적 평화를 향한 희망이 상대적으로 점증함

- 이는 안보연구의 초점이 국가안보, 국제안보, 세계안보로 변화해왔다는 사실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주의적 안보연구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탄생한 현대적 평화연구도 점차 이론과 사회운동의 양 측면에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데서 입증됨

 

평화체제의 개념

평화체제란 다양한 의미와 형식을 갖지만,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요소로 구성됨. 그 하나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불안정한 평화를 관리하기 위한 명시적 혹은 암묵적인 규범이나 원칙, 규칙, 그리고 의사결정의 절차들을 망라하는 레짐을 형성하는 것임. 이것은 억지, 신뢰 구축, 군비 통제, 군축 등을 통해 현상유지 및 긴장완화를 이루기 위해 정치적으로 노력하는 것과 이를 보다 제도화해서 법제화된 분쟁해결을 모색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합리적, 물리적 측면임

다른 하나는 이런 제도가 구성원들의 상호신뢰를 반영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을 사회화시키고, 구성원 사이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고, 나아가서는 구성원들의 정체성이나 이해관계 자체를 변화시킴으로써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관념적 요소임

 

현실주의

다양한 국제정치이론들은 평화체제를 포함하는 국제제도에 대한 신뢰 정도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줌. 현실주의와 같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은 입장은 평화체제에 대한 평가가 아주 인색할 것이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은 입장은 제도가 가져올 기대효과를 예상해서 약간 무리해서라도 일단 제도 설치에 합의하려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비용도 감수하려고 할 것임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평화체제란 보통 전후에 승전국이 패전국에 대해서 배상의무, 군축, 영토할양 등을 규정하는 형태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임. 그리고 승전국이 힘의 적절한 행사를 통해 이행을 뒷받침할 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임. 이 경우 독립변수는 힘이고, 제도는 매개변수임

 

자유주의

국제정치에서 자유주의는 아담 스미스, 칸트, 로크, 매디슨, 흄 등과 같은 다양한 이론가들로부터 지적 유산을 상속하고 있는 관계로 그 속에는 다양한 흐름이 존재함. 그 예로는 공화적 자유주의, 통상적 자유주의, 사회학적 자유주의가 있음.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치·경제활동의 자유를 갖는 개인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들이 민주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국가의 선호를 평화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거나(공화적 자유주의 혹은 민주평화론), 초국가적 경제활동을 이득을 항유하기 위해 국가의 선호를 평화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기도 하며(통상적 자유주의 혹은 상호의존론), 초국가적 교류를 통해 공통의 규범이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서 국가의 정책 선호를 평화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경로를 상정하기도 함

- 자유주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의 선호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중시하며, 이런 점에서 국가의 선호도가 외부로부터 주어진다고 보는 현실주의나 신자유제도주의와 차별화가 됨

현실주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제도는 국내적 이익집단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생겨나는 것이고, 국내 정치적으로 제도의 존재로 인해 이득을 보거나 제도적 규범에 사회화된 강력한지지 집단이나 세력이 존재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

- 평화나 협력은 자유주의적 정치제도에 바탕을 둔 평화지향적인 선호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 가능한 것이고, 이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 사이에는 전쟁과 갈등의 개연성이 높음

 

신자유제도주의

신자유제도주의는 위에서 본 자유주의와는 다르게 국가의 선호도에 대한 독자적 연구나 이론이 없이 현실주의의 기본 가정들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중간지대에 위치함

- 이 입장은 현실주의와 같이 국가, 무정부상태, 그리고 힘의 배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수용함

평화체제는 레짐의 한 유형으로서, 이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지만 정보비용이나 거래비용이 높아서 현실적으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크다고 볼 수 있음

제도란 상호간 의사소통할 기회를 부여하고, 서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장치를 제공하는 것을 그 주된 목적으로 함. 따라서 제도는 상호신뢰나 공통의 이해관계가 존재할 때 생겨날 가능성이 높고, 아울러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짐. 제도란 서로 싸울 의향이 없는데 오판으로 싸우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은 클 것이지만, 싸울 의향이 있는 국가들이 제도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임

 

구성주의

현재 현실주의, 자유주의, 신자유제도주의를 망라하는 합리주의적 접근법에 대립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구성주의 접근법의 이론적 핵심은 국제정치에서 물질적 요소와 대립되는 관념, 규범, 정체성 등을 중시하는 데 있음

구성주의는 국제체제 자체를 포함하는 국제제도가 무정부상태라는 냉엄한 현실세계에서 거래와 계약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담론이 가능한 국제사회 속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봄. 이 과정에서 역사, 문화, 규범, 정체성 등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함. 제도는 의도적인 산물일 수도 있고, 자연적으로 생성, 진화하기도 함

- 국가와 국가제도는 행위자와 구조의 관계로서 상호 불가분적이며, 존재론적으로 어느 한 쪽이 우선하지 않음. 국가는 제도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구성되는 것이고, 역으로 제도는 참여 국가들에 의해 구성됨

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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