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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은 틀렸다

도서 비평 2020. 10. 26. 14:28

공리주의는 효용이 개인의 삶에서부터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판단의 포괄적 기준이 되는 사상적 경향이다.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벤담은 인간이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벤담이 지루함을 간과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지루함이 고통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고통과 지루함은 정반대의 개념이다.

나는 원래 인간이란 고통과 지루함을 오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군대에 복무할 때도, 훈련의 고통보다 무서운 것은 휴일의 지루함이었다. 벤담은 기본 개념 설정에서조차 틀렸다.

벤담은 쾌락을 느낀다면 효용이 증가하는 것이고, 고통을 느낀다면 효용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높은 쾌락을 겪고 나면 그에 걸맞은 허무함이 찾아오고, 높은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시 인간의 감정은 반등을 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높은 쾌락도 높은 수준의 고통만큼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공리주의의 문제는, 행위의 궁극적인 기준이 항상 결과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논외이다. 그렇다면, 죽을 때만 행복하면 그 동안의 삶은 과정이므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것인가? 벤담의 말대로라면 막 살다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쾌락을 느끼며 죽으면 되는 것 아닌가?

벤담의 말대로 결과중심주의로 우리 사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벤담이 제시한 효용이라는 개념의 유일한 장점은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진리는 단순하다고 하지만, 벤담은 인간이 단순한 것 같다.

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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