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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사회 비평 2020. 10. 26. 14:30

문명과 예술의 발전이 인간을 타락시킨다는 루소의 주장에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과학이 인간의 자연적 성향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동의하면서도, 예술이 사치와 허영의 근원이자 결과라는 주장은 인과를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보다 본질적인 부분은 문명과 예술의 부정이 아니라, 문명과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가가 아닐까 싶다. 과학과 예술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향유하고 어떤 가치 지향점을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시킬지를 논의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루소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자연의 돌연변이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예술이란 항상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주장은 틀렸다. 그것은 성향과 선택의 문제이다. 특히, 오늘날은 웰빙을 추구하는 가난한 예술가들도 많다. 예술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는 서술도 불편하다. 예술은 사회를 비판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능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허영과 인간불평등에 대한 그의 서술에는 동의한다. 많은 부분이 현재 내 삶을 성찰하게 했다. 물질, 인정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루소가 주장했던 일반의지와 법률에 대한 주장은 동의하지만, 법률을 만드는 사람들, 법률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힘이 너무 강하게 설정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과학과 문명을 비판하면서도, 법률을 강조하는 루소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명화된 사회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우니 법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의 자유라도 확보하자는 루소의 타협안일까? 그렇다면 루소는 과학과 예술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 옳다. 다시 원시 상태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과학과 예술의 순기능도 법률처럼 일반의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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