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10.26 자본주의

자본주의

영화 비평 2020. 10. 26. 15:11

자본주의(Capitalism):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

 

칸영화제 황금곰상의 주인공이자, 2007식코로 전국적인 의료보험 체계가 없는 미국 사회의 병폐를 혹독하게 꼬집었던 마이클 무어는 이번에는 좀 더 영역을 근본적으로 확대해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영화 속에서 시작한다.

빵과 서커스로 우민화 정책을 국시로 삼은 고대 로마시대를 다룬 개론을 통해 영화자본주의는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전 월가에서 주도한 파생상품에 의한 재테크 실패와 서브 프라임 위기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은행과 각종 대출업체에게 길거리로 내몰리는 미국 보통 사람들의 현 모습을 마이클 무어는 카메라에 담담히 때로는 서럽게 담아낸다.

 

영화 속에서 타인의 불행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듯, 월가는 은행에 저당 혹은 압류된 집들을 찾아내 헐값에 사들인 후에 비싸게 되파는 비윤리적인 짓을 서슴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행태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게 바로 물신만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라는 규제되지 않는 괴물의 본질인 것일까?

 

자유기업, 경쟁 그리고 이윤추구라는 자본주의 가치로 무장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래에 자신의 경쟁자가 되는 독일과 일본이 패전의 폐허를 극복하는 동안 세계시장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한다. 이어서 미국은 레이건 집권 이후 30년 동안, 회사의 고위경영진은 보통 노동자들에 비해 엄청난 차이의 고 급여를 받는 차별적인 임금체계를 강화시키고, 빈부간의 격차는 측정불가 수준으로 치닫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GM 같은 회사들이 잇달아 부실경영으로 도산하면서, 그에 따른 대량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수백만 가정들은 사회에서 표류하기도 한다. 철저한 빈익빈부익부사회의 도래 인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는 국가의 기능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민간 기업에 위탁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는 실례로 펜실베이니아의 사례를 든다. 펜실베니아에서는 십대 청소년들이 쇼핑몰에서 싸움을 하고, 미니홈피에 학교 관리자를 욕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소년원에 보내진다. 이 소년원은 800만 달러를 투자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전액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투자비를 상회하는 막대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행태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소년원 내에서도 이들은 청소년들의 교화보다는 이윤추구를 목표로 한다. 더불어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이 박봉과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기 때문에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도 마이클 무어는 지적한다.

 

월마트나 미국 내 굴지의 은행들은 그들의 피고용인에 대한 생명보험을 들고, 수혜자를 기업으로 설정해서 그들이 죽었을 때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이런 보험을 무섭게도 죽은 일꾼 보험이라고 하는데, 인간을 오로지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보는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월가의 경영 천재들이 개발해낸 금융파생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적에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품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 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관객들은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거의 사기 수준인 대출업계의 농간에 넘어간 미국 중산계급 노동자들이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앨런 그린스펀으로 대변되는 끝을 모르는 탐욕의 주범 월가는,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받는데 성공한다. 아무런 규제도 없이 그렇게 공적 자금을 통해 극적으로 부활한 금융기관은 어이없게도 자신들만의 보너스 잔치로 국민의 공분을 사는 파렴치한 행태까지 보인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금융쿠데타에 대해, 미국의 일단의 양심 있는 의원들이 의회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뉴스 필름과 인터뷰를 통해 월가의 추악성을 밝힌 마이클 무어는 현금 트럭을 몰고 의회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을 돌며 공적자금의 회수를 시도해 보지만,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냉대를 받고 쫓겨난다.

 

하지만, 2008114일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미국사회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지역 보안관은 더 이상, 은행의 가혹한 압류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국회의원은 설사 자신의 집이 압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버티고 저항할 것을 주장한다. 자각한 시민들의 도움으로 빼앗긴 집에 들어가 다시 살 기회를 잡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기도 한다. 시카고의 어느 공장에서는 경영부실로 대량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저항과 연대를 통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서, 신자유주의자들이 복음처럼 떠들어 대는 자본주의가 과연 민주주의 대의에 적합한가에 대해, 나는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이클 무어가 만난 가톨릭 사제들은 자본주의의 본질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다. 자본주의는 공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정반대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시티그룹이 작성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1%의 부자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금권주의 국가라고 선언한다. 상위 1%의 부자들이 하위 95% 계층의 부와 비슷한 상황은 빈부의 격차를 벌이고, 이런 상황은 영속되리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그들은 하위 계층의 부의 공정한 분배요구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일인일표제를 금권주의 유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거의 모든 사회의 부를 쥐고 있는 사람이나, 급여가 빤한 월급쟁이나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이러한 보편적 평등이 불만일 게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자본을 이용해서, 규제를 철폐하고 유리한 법률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래도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영화에서 나와, 현재의 미국을 바라보자. 오바마 집권이후 미국역시, 경제상황은 암울하다. 부시 재임시절 이라크 전 및 각종 전쟁에 쏟은 국방비와 지속적인 세금 감축으로 이미 국가 재정은 엉망이었던 것이다. 실업률은 그 증가속도가 감소했다고는 해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에 있고, 영화에서 보듯이 주택압류를 당하는 서민들도 아직 많다.

 

역사의 제국들과 현재의 미국을 비교해볼 필요도 있다. 과거 역사속의 제국들 역시 돈이 있는 곳에 정치가 있었고, 정치가 있는 곳에 늘 돈이 있었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십자군 원정 때 작위를 가진 귀족들이 원정으로 목숨을 잃거나 재산을 잃었을 때 주로 무역상들은 새로운 교역로 확보로 이득을 보게 되었고, 전쟁자금이 필요했던 왕실에서는 이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에게 작위를 내려 신흥 귀족으로 만들었다. 문제작 쑹홍빙의 화폐전쟁을 참고한다면, 20세기 두 번의 세계전쟁에서도 군비를 댄 금융가들이 이득을 보았으며, 전후 정치에까지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유사한 한국의 자본주의와 비교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은 산업화시대 그리고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모두가 잘 살아보세, 선진국 진입이라는 자신감과 열정에 불타올랐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졸 젊은이로부터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사회전반에 걸쳐 국민 모두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못지않게 국민경제의 기반을 흔드는 양극화가 국가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 현 상태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한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결코 대안이 없는 것일까? 감독은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 형식의 기업 운영형태를 제안한다. 협동조합은 농산품의 가공·판매, 다양한 장비와 원자재의 구매, ·소매업, 발전소, 은행업, 주택건설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coops로 약칭되는 현대적인 소비자 협동조합은 일련의 조직규범 및 업무원칙을 세우고, 이를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한다. 주요원칙으로는 개방적인 회원제도, 민주적 관리, 종교적·정치적 불평등의 제거, 공정한 시장가격의 유지, 교육을 위한 수익금의 적립 등이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 모델은 감독이 비판한 미국의 현재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의 적대감을 줄이고, 해고를 줄이고, 자본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더 큰 미국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영화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소리의 형태  (0) 2020.10.26
영화 25시  (0) 2020.10.26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0) 2020.10.26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0) 2020.10.26
국가폭력과 인권 -영화 남영동1985  (0) 2020.10.26
Posted by 이탁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