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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1 로크에 대한 비판적인 견지

사람들에게 세계를 공유물로 주신 하느님은 또한 그들에게, 삶에 최대한 이득이 되고 편의에 봉사하도록 세계를 이용할 수 있는 이성을 주셨다. 로크는 위와 같은 말로 시민정부를 설명하면서, 자연법이란 이성의 목소리로 하나님의 목소리와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로크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이런 자연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로크의 이와 같은 생각에 반대한다. 나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때에 따라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로크는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이미 이성을 잃었으므로 인간이 아닌 난폭한 동물과 다름없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에는 이성을 잃지 않은 자들도 많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혹은 불의에 항거하는 범죄도 인간이 아닌 난폭한 동물이 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로크는 자연법은 완전하나 그것을 적용하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로크가 말한 이성의 목소리가 하나님의 목소리와 동일하다고 말한 것에 정반대되는 의견이다. 자가당착인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는 자연 상태에 따르는 온갖 특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거기에 남아 있는 동안 단지 열악한 상황에 시달리게 되므로 급기야는 사회에 들어가려고 서두른다. 로크는 국가와 정부 탄생의 배경이 인간의 상호신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상호신뢰 없이 정부는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전쟁 중에도 만들어지고, 쿠데타로도 만들어진다. 나는 대한민국의 탄생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그것은 대한민국 탄생 중에 살아계셨던 나의 조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할머니는 농사만 짓고 있었을 것이다.

로크의 사유재산권은 더 황당하다. 노동만이 사유재산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로크가 다음과 같은 종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갖는 특정한 종류의 실체 관념사람들이 감각기관의 경험과 관찰에 의해서 공존하는 것으로 지각되는성질과 힘들의 관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크의 노동과 사유재산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론이 기득권의 지배논리로 이어질까 두렵다. 아니 이미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로크의 사유재산권이 정설이라면, 왜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는 부자들보다 더 가난하다는 말인가? 축적된 부의 격차가 점점 증가하고, 불로소득 등의 사유재산이 발생하며, 이는 끊임없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자본(자본)으로 인하여 오늘날 인간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웃의 동의 없이 노동만으로 얻을 수 있는 사유재산이라는 말에는, 반론하는 것마저 짜증난다. 이웃의 동의 없어도 가질 수 있는 사유재산이라면, 나는 지금 우리 집 뒷산의 등산로를 다 막고 거기에 농작물을 심어서 내 것이라고 하겠다! 소유권으로 인해 공동체가 무너지고, 공동선은 배제된 채로 개인의 권리 주장만이 난무한다. 로크의 소유권 개념은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탄생되었으므로 자연 속 재화는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각지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우려되는 것처럼 이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며, 개인의 소유권이 충돌할 경우 누구의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등의 비판 역시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노동 이전의 자연물에 가치가 없다는 그의 주장도 틀렸다. 노동, 즉 인위적인 것이 자연물에 투입됐을 때, 오히려 자연물의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4대강사업. 두말할 나위 없다.

로크는 나를 실망시켰다. 로크의 책은 내 마음 속에 들어오기 위해 노크했지만, 나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참고문헌>

1. 김만권. 정치사상. 개마고원. 2005.

2. John Locke. Two Treatises of Government(1690). (강정인/문지영 역, 통치론, 까치, 1996).

3. Michael Ayers. Locke(1997). (강유원 역, 로크, 궁리, 2003).

 

1) John Locke, Two Treatises of Government(1690), (강정인/문지영 역, 통치론, 까치, 1996, p.34)

2) 김만권, 정치사상, 개마고원, 2005, pp.41~42

3) 위의 책, p.42

4) John Locke, Two Treatises of Government(1690), (강정인/문지영 역, 통치론, 까치, 1996, p.121)

5) Michael Ayers, Locke(1997), (강유원 역, 로크, 궁리, 2003, p.78)

Posted by 이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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